서지마을의 영성
서지마을 순례는 단지 역사적 장소를 찾는 여행은 아닐 것입니다.
서지마을에서는 ‘신앙의 눈’으로 우리보다 먼저 신앙의 길을 걸어가신 그분들의 삶을 만납니다. 그분들의 삶은 <비움의 삶>입니다.
서지마을 순례 - 신앙의 눈(oculus fidei)
신앙의 눈(oculus fidei, 오쿨루스 피데이)이란 교회의 오랜 순례 방법입니다.
성지를 순례할 때 단순히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순교자들이 사셨던, 그 시대, 그 상황, 그분들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입니다.
신앙의 눈으로 순례를 하며 그분들이 사셨던 마을에서, 그분들의 기도 소리를 듣고, 끌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기쁨으로 순교를 받아들이는 순교의 모습을 목격합니다.
그 신앙의 눈으로 가난 속에서 오히려 더 풍요로움을 체험하고, 박해 속에서 오히려 더 신앙이 깊어지며, 시련 속에서 오히려 더 서로 사랑하며 고통과 죽음 앞에서 자신 있게,
당당하게 마지막을 완성하는 서지마을의 신앙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지마을의 영성 - 비움(kenosis)
서지마을의 신앙 선조들, 순교자들의 신앙과 삶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비움>입니다. 비움은 당신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신 그리스도의 비움을 닮는 것입니다.
서지마을의 신앙 선조들과 순교자들이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 참다운 기쁨과 평화를 만나기 위해 살던 고향, 가진 재산을 버리고 떠나온 것은 물론이며, 세상에 묶여 있던 마음,
자기 자신에게 매어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한 비움의 삶을 사셨습니다. 그 비움을 통해 마침내 하느님을 만나고, 자신을 만난 것입니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더 크고 높은 것을 구하지만 오히려 오히려 평화보다는 불안이, 기쁨보다는 아픔이 커지고, 갈수록 좁아지고 작아지는 우리들이 새로워지는 길은 바로 그 <비움>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비움을 만나 더 깊고 새로운 평화, 온전한 기쁨, 새로운 삶을 만납니다.
비움을 만나는 서지마을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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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성당과 여러 건물의 색깔은 흰색입니다.
흰색은 모든 것의 시작, 바탕입니다.
그러기에 흰색은 부활의 색이기도 합니다
드러냄, 꾸밈을 내려놓고 하느님을 만나는 흰 마음을
품고 들어오는 흰 집입니다. -
빈성당 안에는 기도와 미사를 드리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어 기도만 하는 집, 기도밖에는
할 것이 없는 빈 집입니다. -
검은바닥과 가구는 모두 검은 색입니다. 순교자의
죽음이기도 하고, 온전한 봉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검은 색은 비움과 부활을 향한
단단한 결심입니다.
치유와 위로를 만나는 서지마을 성상(聖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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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내밀어 주시는 예수님
서지마을 성당 옆에 손을 내밀어 주시는 예수님 십자고상.
* 이 십자가의 모습은 스페인의 멜리데(Melide) 성당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파도치며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두려워 말라’ 손을 내밀어 주시고 아득한 구덩이에 빠진 듯 절망 가득할 때 ‘용기를 내어라’ 말씀을 건네여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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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서지마을 입구에 ‘매듭을 푸시는 성모상’이 있습니다.
*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성상은 1700년경 요한 게오르그 슈미트너라는 화가가 그린 작품입니다.
오랫동안 묵어 나를 휘감고 있는 죄, 스스로를 묶고 있는 아집 혹은 욕심
그 모든 매듭을 풀고 자유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성모님을 통해 기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자주 이 성모상을 통해 모든 위기가 풀릴 수 있도록 기도하셨습니다.
비움의 동산 성모정(聖母亭, oratoire de la Vie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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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마을 뒷산, 비움의 동산 가운데에는 성모정이 있습니다. 파리외방 선교회의 정원에 있는 정자를 본 따 만든 것입니다.
선교사들은 조선으로 떠나기전 이곳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였고, 그 분들이 순교하면 남아 있는 이들이 다시 그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였습니다. 이 성모정에는 원주교구 순교복자들의 이름과 그분들이 품고 살았을 “예”라는 대답이 새겨져 있습니다.
<101개의 십자가> 제단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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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제단에 모셔진 십자가는 <101개의 십자가> 십자가입니다.
100개의 십자가는 박해시대부터 간직해온 십자가를 신자들이 봉헌한 것이며, 원주교구에서 순교하신
이름이 남아있는 순교자, 이름조차 봉헌한 순교자들을 상징합니다.
순교자들은 자신들의 십자가를 봉헌하며 예수님의 십자가와 하나가 됩니다.
비움의 동산 십자가의 길 14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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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뒤로 돌아 비움의 동산을 오르는 길에 설치된 십자가의 길 14처는 박용규(야고보) 형제가 3년에 걸쳐 조각을 하였고
이은영(마리안나) 자매가 채색을 했습니다.
야고보 형제는 조각은 한번도 배운적은 없지만 한 처 한 처 오직 기도만을 담기를 간절히 원했고,
이 길을 따라 기도하는 이들과 더불어 주님의 고통에 참여하기를 청했습니다.
